하베스팅 기후행동(Harvesting Climate Action, HCA)은 영국 하크니 구의회(Hackney Council)와 기후과학자, 경제학자, 디자이너, 도시농부,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든 지역 단위의 참여형 디자인 프로젝트입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음식 문화와 ‘함께 먹는 식사’라는 보편적인 일상 경험을 매개로 복잡한 기후과학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과학적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음식과 가구, 전시, 대화와 참여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해 기후행동을 시민의 일상과 가까운 문제로 전환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의자 100개가 있습니다. 각각의 의자는 두 가지 정보를 전달합니다. 한쪽에는 개인과 공동체, 지역 단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100가지 기후행동’ 가운데 하나를 담고, 다른 쪽에는 전 과정 평가(LCA)와 공간 정보 분석을 통해 산출한 식재료의 탄소발자국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보존 처리한 식재료와 인터뷰 음성, 레시피 영상 등을 함께 구성해 음식과 기후변화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의자를 앉는 도구이자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 활용해 추상적인 탄소 데이터를 일상적인 사물과 경험을 통해 접하도록 구성했습니다.
6주 동안 하크니 구청 건물은 시민들이 기후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운영됐으며 약 1만 2,000명이 방문했습니다. 전시가 끝난 뒤에는 설치물을 해체하는 과정 자체를 100명이 참여하는 만찬으로 만들었습니다. 주민과 과학자, 공무원, 구청장 등이 각자 의자 하나를 ‘수확’해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앉아 기후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저탄소 음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만찬이 끝난 뒤에는 각자 의자를 집으로 가져가 기후행동의 의미를 일상에서도 이어가도록 했습니다. 전시의 설치와 해체까지 참여 과정으로 설계함으로써 관람객을 단순한 정보의 수용자가 아니라 기후행동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로 연결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하크니 구의 기후행동계획(Climate Action Plan)과도 직접 연결됩니다.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토론 방식은 하크니 구 기후변화 대응팀의 실무에 활용되고 있으며, ‘100가지 기후행동’ 툴킷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습니다. 또한 ‘저탄소 어린이 만찬’은 지역 초등학교에서 매년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시에서 만들어진 경험과 도구가 행정과 교육 현장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는 참여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100개의 의자는 전시가 끝난 뒤 버려지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기능을 갖춘 저탄소 구조물로 설계했습니다. 전시에서는 음식과 에너지, 교통, 기술, 소비 등 다양한 분야의 기후행동이 개인 한 명에서 하크니 구민 26만 5,000명 전체로 확장될 경우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정보 매체가 됩니다. 동일한 형태의 의자 100개에 서로 다른 행동과 데이터를 담는 방식은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여 지역 단위의 변화로 확장되는 과정을 공간적으로 보여줍니다.
관람객 역시 단순히 전시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가 완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합니다. 만찬에서 각자 의자를 ‘수확’해 앉고, 저탄소 음식을 함께 먹으며 기후행동에 대해 이야기한 뒤 의자를 집으로 가져갑니다. 전시의 일부였던 의자가 개인의 일상으로 이동하면서 참여자는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과정의 일부가 됩니다. 전시 공간의 사물이 가정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통해 전시에서 경험한 기후행동을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지게 한 점도 이 프로젝트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2030년까지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38% 줄이려는 하크니 구의 목표를 지원합니다. 약 1만 2,000명의 전시 방문객을 비롯해 주민과 과학자, 공무원, 구청장 등 100명이 만찬에 참여했으며, 저탄소 어린이 만찬에는 어린이 60명, 재배 워크숍에는 40명이 참여했습니다. 하나의 지역 안에서 다양한 세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기후 문제를 함께 경험하고 논의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시민 참여를 지역의 구체적인 기후 목표와 연결했다는 점에서 기후 문제에 대응하는 사회적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프로젝트와 연결된 ‘저탄소 차이나타운(Low Carbon Chinatown)’은 영국 여러 도시에서 진행됐으며 해외 전시를 통해서도 소개됐습니다. 이를 통해 음식 문화를 매개로 기후 문제를 이해하고 시민의 참여를 이끄는 방식이 서로 다른 도시와 문화적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음식 문화와 탄소 데이터, 시민의 대화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다른 지역에서도 각자의 문화와 기후 목표에 맞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100가지 기후행동’ 툴킷과 시민 토론, 함께하는 식사를 결합해 기후변화를 과학적 정보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일상적인 경험과 실천으로 연결합니다. 특정한 전시 형식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지역의 음식 문화와 기후 데이터, 정책 목표를 연결하는 참여형 디자인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의 참여가 실제 지역 정책과 교육으로 이어지는 기후행동 모델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