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이카(Svaika)는 음악을 촉각으로 변환해 청각장애인이 자신만의 감각 방식으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한 웨어러블 햅틱 기기입니다.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의 청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참여형 연구를 통해 개발했으며, 당사자의 실제 경험과 요구를 디자인 과정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음악은 개인적인 감상을 넘어 모임과 축제, 문화 행사 등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중요한 매개입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이러한 경험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스바이카는 청각을 모방하거나 대체하는 대신 ‘음악은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소리를 피부를 통해 받아들이는 새로운 감각적 경험으로 전환했습니다.
핵심은 음악의 킥과 리듬, 강도 등의 요소를 서로 다른 햅틱 패턴으로 변환해 피부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 음악을 촉각 정보로 바꾸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여러 차례의 시제품 제작과 사용자 피드백을 거쳐 진동의 표현 방식과 웨어러블 형태를 개선했습니다. 사용자가 기존의 음악 경험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사용자의 감각 방식에 맞춰 전달되도록 관계를 바꾼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청각장애인을 단순히 도움이나 편의를 제공받는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출퇴근이나 모임, 공연과 축제,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일상적인 순간에 청각장애인도 자신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음악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힙니다. 접근성을 사후에 추가하는 대신 처음부터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사람들의 경험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포용적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스바이카의 사회적 가치는 이러한 감각적 접근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음악이라는 보편적인 문화 경험에 참여할 기회를 넓혀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사람과 공동체의 연결을 강화합니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청각장애인 공동체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디자이너가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당사자의 경험을 함께 디자인하는 참여형 접근을 실현했습니다. 프로젝트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스와로브스키 재단(Swarovski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았으며, 뉴욕 유엔 본부에서도 소개되었습니다.
스바이카의 ‘한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변환하는’ 원리는 음악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시끄러운 환경에서의 대화나 경고음, 알림, 공공장소의 환경음 등 청각 정보가 중요한 상황을 촉각 정보로 전환하는 데 적용할 수 있습니다. 햅틱 기술과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에 따라 활용 범위 역시 넓어질 수 있으며, 지역과 문화에 맞춰 당사자가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도 다른 접근성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스바이카는 장애를 보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감각 방식 자체를 존중함으로써, 누구나 문화와 일상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감각 경험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