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Dhaara)는 안전한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방글라데시 해안 지역의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개발한 무전원 가정용 토기 정수기입니다. 홍수가 잦은 이 지역에서는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지만, 기존 정수기는 전기와 전문적인 관리, 지속적인 비용이 필요해 저소득층이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라는 이러한 환경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저비용 정수 방식을 제안합니다.
산스크리트어로 ‘흐르는 시냇물’을 뜻하는 다라는 전기 없이 중력으로 작동하며, 세 가지 생물학적 원리와 지역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제품에 결합했습니다. 가오리 아가미의 이물질을 튕겨내는 구조, 왕겨의 비소 흡착 특성, 남아시아에서 오랫동안 물을 맑게 하는 데 사용해온 ‘클리어링 넛(Clearing Nut, 니르말리)’의 응고 작용을 하나의 정수 시스템에 적용했습니다.
가오리의 나뭇잎 모양 아가미가 이물질로 막히지 않으면서 입자를 걸러내는 원리는 정수기의 상단 필터에 적용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업 부산물인 왕겨는 철분이 풍부한 다공성 구조를 통해 물속의 비소를 흡착하고, 클리어링 넛은 물속의 불순물을 가라앉히는 천연 응고제 역할을 합니다. 서로 다른 자연의 원리와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결합해 전기나 복잡한 기술 없이 물을 정화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제품의 형태는 방글라데시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통 흙항아리 ‘콜시(kolshi)’에서 가져왔습니다. 새로운 정수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 기존의 생활 습관을 바꾸도록 요구하는 대신, 이미 익숙한 물 저장 용기의 형태와 사용 방식을 유지했습니다. 생체모방 기술을 낯선 기계의 형태로 제시하지 않고 지역의 생활문화에 익숙한 제품으로 구현해 사용의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다라는 지역에서 제작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필터에 사용되는 재료를 주변에서 구할 수 있고, 토기 제작과 수리는 지역의 항아리 장인이 담당할 수 있어 생산과 유지·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가 지역 안에서 순환합니다. 기존의 소액대출 제도를 활용해 저소득층의 구매 부담을 낮추고, 탄소배출권 제도와 연계해 외부 지원이나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운영 구조도 제안합니다.
환경적으로는 전기 없이 작동할 뿐 아니라 물을 끓여 소독하기 위해 사용하던 땔감을 줄여 탄소 배출을 낮출 수 있습니다. 지역의 농업 부산물인 왕겨를 정수 소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자원의 새로운 사용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제품의 기능과 소재, 생산·수리 방식을 지역의 환경과 생활 조건에 맞춰 구성해 안전한 식수 공급과 환경 부담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다라는 완제품을 세계 각지에 동일하게 보급하기보다 지역의 자원과 문화적 조건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을 지향합니다. 왕겨와 클리어링 넛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유사한 생활문화가 존재하는 인도, 네팔, 미얀마 등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제품에 적용한 생체모방 원리는 지역을 넘어 확장할 가능성을 갖습니다. 특히 가오리 아가미에서 착안한 막힘 없는 입자 분리 방식은 산업용 정수 장치와 침전물 분리, 재난·구호용 정수 시스템 등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완제품을 세계에 동일하게 보급하기보다 자연에서 발견한 원리와 생물학적 사고방식을 다양한 환경과 용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