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노 즈쿠시쓰(Machi no Zukoushitsu)는 일본 나바리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빈 세탁소를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생하고, 이를 중심으로 규초(Kyu-cho) 지역 전체를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디자인 프로젝트입니다. 고령화와 빈집 증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지역에서 누구나 편하게 들러 보고, 만지고, 만들고, 이야기하거나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작품을 집으로 가져갔다가 다시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각자가 발견한 작은 ‘이게 좋다’는 마음은 작품과 대화로 이어지고, 마을을 걷는 계기가 되며,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돌보는 관계로 확장됩니다.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 사이의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둔 접근입니다.
새로운 박물관이나 복지 시설을 짓는 대신 빈 공간과 주민들의 기억, 기부받은 재료와 도구, 학교와 상점, 커뮤니티 공간, 보건·복지 기관 등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합니다. 주민과 상인들은 집과 가게, 일상 공간의 일부를 작은 문화 공유 공간으로 개방합니다. 개인의 집과 상업 공간이 작품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뀌면서 마을 곳곳이 하나의 박물관처럼 연결됩니다. 하나의 거점에서 시작한 활동을 주민들의 일상 공간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별도의 대규모 시설 없이 마을 전체를 문화와 돌봄의 네트워크로 확장합니다.
2025년 3월 문을 연 이후 2,000회 이상의 방문이 이루어졌으며, 이용자의 연령은 0세부터 94세까지 다양합니다. 700점 이상의 작품이 공유되고 70곳 이상의 문화 공유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세대와 관계없이 일상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관계를 회복하며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모델을 제시합니다.
마치노 즈쿠시쓰의 새로운 점은 박물관이나 복지 시설을 새로 짓는 대신, 재생한 빈 상점 하나를 시작으로 마을 전체를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연결했다는 데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보고, 만지고, 이야기하고, 만들거나 조용히 머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편안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문화 처방 키트’를 통해 마음에 드는 창작 활동을 일상에서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작품은 다시 마치노 즈쿠시쓰로 돌아오거나 주민들의 집과 상점에 마련된 문화 공유 공간에 전시됩니다. 창작 활동이 한 공간에서 끝나지 않고 집과 상점, 거리로 이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순환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상의 공간은 작품 감상과 산책, 대화가 이어지고 서로를 자연스럽게 돌보는 마을의 연결점이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고령화 사회에서 기존 복지 서비스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고립의 문제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직접 도움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사람에게는 삶의 의미와 자신의 역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문화와 창작을 매개로 도움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을 고정하지 않고, 각자가 참여하고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치매와 우울증을 겪던 한 노년 여성은 처음에는 돌봄이 필요한 상태로 이곳을 찾았지만, 창작 활동과 대화를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이후에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가족의 돌봄 부담도 줄었습니다. 질병과 상실 이후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었던 임종기의 한 여성도 다시 무언가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며 다른 이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을 되찾았습니다. “마치노 즈쿠시쓰는 즐거웠어”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은 이곳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삶의 존엄과 의미를 되찾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도 프로젝트의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영국과 아세안 지역에서도 현장 연구를 위해 방문했습니다.
마치노 즈쿠시쓰가 확산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의 시설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관계와 돌봄이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많은 고령화 지역은 빈 건물 증가와 문화 시설 부족, 지역 공동체의 약화와 외로움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되살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발견해 작은 작품을 만들고, 좋아하는 재료와 활동을 집으로 가져가 창작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만든 작품을 다시 집과 상점에서 공유하면 마을 곳곳이 연결되고 새로운 산책길과 만남이 생기며 서로를 돌보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공간과 창작 활동, 주민 참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함으로써 사회적 고립이라는 문제에 관계 중심의 디자인으로 접근합니다.
이처럼 기존의 공간과 주민들의 기억, 재료와 도구를 활용하고 주민 스스로 일상의 공간을 작은 문화 공간으로 개방하는 방식은 새로운 시설을 짓지 않고도 다양한 지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노 즈쿠시쓰는 새로운 물리적 시설을 만드는 대신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자원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조직하고 연결함으로써, 고령화와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모델을 제시합니다.